율촌은 국내 대형 IT 기업과 손잡고 지난해부터 최적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해왔다. 한 관계자는 “현재 개발한 AI의 성능은 변호사들이 법률용어가 아니라 네이버 지식인처럼 평범한 질문을 하더라도 AI가 90% 이상 정확하게 답하는 수준에 달했다”며 “1, 2년차 ‘어쏘’ 변호사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7년간 축적한 내부 법률 지식을 학습시켜 챗GPT 등 범용 AI에 비해 오류나 환각(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제공) 가능성도 훨씬 낮다. 율촌은 2015년부터 구성원들이 만든 모든 데이터를 데스크톱 PC가 아니라 중앙서버에 모아 관리해왔다. 의견서, 소송문서 등 1000만여 건의 자료를 보유 중이다.
다른 대형 로펌도 AI를 활용한 업무 효율성 제고에 나섰다. 세종은 지난해 AI로 의견서, 소장 등 법률문서를 분류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 1월엔 ‘생성형 AI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독자 AI 모델을 개발 중이다. 업계 2, 3위를 다투는 광장과 태평양은 자체 개발한 AI 번역기를 도입해 해외 자료 검토 시간을 대폭 줄였다. 업계 1위인 김앤장은 디지털포렌식 관련 자료를 보관하는 서버에 AI 기술을 적용해 1주일에 100만 건 이상의 문서를 확인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국내 로펌들은 토종 IT 업체와 합을 맞추고 있다. ‘오랫동안 축적한 내부 자료를 외국 AI의 학습 대상으로 넘겨줄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최근 업계 10위권의 대륙아주는 네이버클라우드와 손잡고 법률상담 AI 챗봇(AI 대륙아주)을 선보이기도 했다.
본격적인 AI 변호사 도입을 위해선 정부 규제와 변호사단체의 반발 등을 해결해야 한다. 법무부는 지난해 리걸테크 관련 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발족했지만, 하급심 판결문 공개 등 업계 요구에 대한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대륙아주가 출시한 AI 챗봇에 대해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공정한 수임 질서를 저해할 수 있는 무료 혹은 염가 광고’일 수 있다”며 소명을 요구했다.
김진성/허란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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